드라마 리뷰 : 미스터 션샤인 결말(스포 있음)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열풍을 따라 정주행을 완료한 후 다시 새로운 드라마를 알아보던 중 미스터 션샤인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 단순히 TV 채널을 돌리다 짧게 보게 된 한 장면이 인상에 남아 넷플릭스에 검색해보니 올라와 있길래 선택했는데 회당 1시간 이상의 드라마가 총 24화까지 있으니 다 보는데 엄청난 시간이 들었습니다.
(만약 처음부터 몇 화인지 확인했으면 너무 길어서 포기했을 수도 있는데 10화까지 본 후 문득 '얼마나 남았지?' 하는 궁금증이 들어 그제야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조선인의 피가 흐르는 미국인 유진 초이, 독립군이 되기로 마음먹은 사대부 영애 고애신, 백정 출신의 낭인 구동매, 죄 많은 양반가의 독자 김희성, 비밀을 간직한 빈관 사장 쿠도 히나까지 주요 인물들을 중심으로 얽혀있는 관계를 살펴보며 시청하는 것도 포인트가 될 듯합니다.
한 여인을 둘러싼 세 남자의 사랑과 우정인 듯 우정 같지 않은 우정.
이러한 관계 속에 목적과 이유는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조국을 위해 희생하는 이야기는 보는 내내 감정 이입을 시키기 충분했습니다.
조선말 혼돈의 시기에서 피어난 사랑과 독립을 위해 맞서 싸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 한 순간도 있었지만 24화까지 이어지는 대장정 때문이었는지 다소 전개가 느리고 불필요한 내용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애신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모두 독립운동가 출신으로 그 피를 이어받아 사대부 영애답지 않게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고 자신이 국가를 위해 해야 될 일을 찾아 나아가야 된다는 진취적인 마인드를 가진 여성으로 나옵니다.
이에 그의 조부인 고사홍(고종의 스승)은 장포수에게 애신이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훈련해줄 것을 부탁하며, 10년의 기간 동안 수련을 통해 도공 황은산이 이끄는 의병단의 일원이 됩니다.
의병단으로써 맡은 첫 번째 임무에서 목적은 다르지만 같은 대상을 향해 총을 겨누면서 유진 초이와 처음 만나게 됩니다.
둘은 서로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확신하지 못해 서로에게 총을 겨누지만 이내 총을 거두고 함께 혼란을 틈타 그곳을 빠져나옵니다.
이 첫 만남이 유진 초이가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고자 마음먹게 되는 시작점 이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둘의 사랑에 끼어든 두 남자. 아니 어쩌면 정혼자였던 희성의 앞에 끼어든 게 유진일 지도 모르지만 애신을 마음속에 간직한 두 남자가 등장하며,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애신의 정혼자였으나 애신이 자신을 마음에 두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파혼을 선택한 희성과 애신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후 일본으로 건너가 낭인이 되어 돌아온 구동매.
사랑하는 마음을 간직하고 있으나, 드러내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며 그녀를 지키려고 하는 애틋함이 보입니다.
빈관(호텔 글로리)의 사장인 쿠도 히나 역시 매국노인 아버지 이완익에 의해 원하지 않는 결혼을 하고 남편과 사별한 후 그의 재산을 물려받아 부를 축적한 인물로 초반에는 유진 초이를 마음에 두고 있으나 이내 그가 자신에게 관심이 없음을 깨달은 후 마음을 접게 됩니다.
조선을 지배하려는 일본에 맞선 의병들의 이야기와 함께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로맨스가 드라마를 보는 재미를 한층 더해줍니다.
처절한 전투,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인 그들의 관계가 지속되고 결국 조선을 구하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진행되어 갑니다.
쿠도 히나는 자신의 빈관을 폭파시켜 빈관에 투숙한 일본군에게 피해를 입히고 자신도 심각한 부상을 당하게 됩니다.
이 부상으로 인해 최후를 맞이하지만 그녀는 구동매의 등에 업혀 외롭지도 슬프지도 않게 생을 마감했습니다.
애신과 파혼 후 마음속에만 애신을 담고 살았던 희성은 이름 없는 신문사를 차려 조선이 처한 상황과 일본의 부당함을 알리는 호회를 발행하며,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독립운동을 합니다.
비록 이것이 발단이 되어 고문을 받다가 끝을 맞이했지만 자신의 조부가 저질렀던 잘못을 청산하기 위해 누구보다 고민하고 속죄하는 삶을 살았던 인물입니다.
무신회 수장의 눈 밖에 난 구동매는 위험에 처한 애신을 지키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 그녀를 도운 후 습격을 당해 바다에 빠지게 됩니다.
생사 여부가 정확히 나오진 않았지만 이후 그는 살아있는 상태로 떠돌아다니던 중 조선으로 돌아와 빈관 폭파 당시 심하게 다친 쿠도 히나를 구하고 자신의 집과 관할하던 화월루를 되찾았으나 이 과정에서 무신회 낭인들을 처리한 일로 인해 최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유진 초이는 일본에서 애신을 구하기 위해 미 영사관 창문을 깬 혐의로 강제 퇴역하게 되며,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게 됩니다.
이후 애신을 만나기 위해 조선으로 돌아오고 애신을 위한 삶을 살고자 마음먹게 됩니다.
정식으로 의병단에 합류하진 않았지만 도공 황은산과 애신을 위해 의병단을 도우며, 같이 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조선에서 활동하던 의병단의 거점이 노출되어 일본군에 쫓기게 되며, 만주로 향하기 위해 조를 나눠 이동하게 됩니다.
애신은 의병들과 기차를 타고 이동하려 했으나 발각되고 위험에 처하지만 유진 초이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기게 됩니다.
하지만 애신을 살리기 위해 유진 초이는 자신을 희생하는 선택을 하며, 애신이 보는 앞에서 마지막을 맞이하게 됩니다.
끝내 이루지 못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값진 사랑.
목숨을 바쳐서라도 조국을 지켜야 된다는 애국심에서 나오는 사랑.
미스터 션샤인에는 이 두 가지 사랑이 공존하며,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에 대한 안타까움과 나라를 지키기 위해 처절히 싸운 사람들의 숭고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조금은 색다른, 가슴 따뜻하면서도 뭉클한 로맨스를 원하는 분들에게 추천할 만한 드라마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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